흙과 대화하며 빚어낸 충남의 옹기

흙과 대화하며 빚어낸 충남의 옹기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8-1호 옹기장 방춘웅

옹기는 숨 쉬는 그릇이다. 흙 속에 미세한 구멍이 있어 공기는 통과시키고 불순물은 막는다. 장독에 담아둔 된장이며 간장이 강한 햇볕에도 상하지 않고, 추운 겨우내 김칫독에 담아 땅에 묻어둔 김장김치가 맛있게 발효되는 이유다. 발효음식을 즐겨 먹는 우리 민족에게 옹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릇이다. 찾는 손길이 예전만 못하다지만 여전히 옹기를 만들며 꿋꿋하게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충청남도 홍성군에 터를 잡고 반세기 넘게 흙을 빚어온 옹기장 방춘웅 선생도 그중 하나다.

천주교 인연으로 시작… 5대째 독 짓는 옹기장 가문
조선 후기 홍성을 비롯해 당진, 서산 일대에 천주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 천주교 신자들은 모진 박해를 피하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옹기를 택했다. 방춘웅 선생의 증조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할아버지, 아버지까지 옹기를 만들다 보니 방춘웅 선생도 어려서부터 흙을 만지며 자랐다. 옹기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점촌에서 건아 작업을 하던 어머니를 도와 갖은 심부름을 하다 보니 나이 열다섯에 질그릇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고향인 서산을 떠나 파주, 안성, 수원의 옹기점을 옮겨 다니며 실력을 쌓았다. 만들기가 무섭게 팔리던 1950년~1960년대는 호시절을 누렸다. 그리고 1980년, 충청남도 홍성군 갈산면에 자리 잡고 옹기점 ‘갈산토기’를 차렸다. “지금은 우리 외에 한 집만 남았지만, 원래 여기는 여섯 집 정도가 옹기를 만드는 마을이었어요. 전통 가마 앞쪽이 바다라서 배로 옹기를 실어 날랐는데 지금은 간척돼 들판이 됐지요.” 바다가 육지로 변한 세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옹기를 빚은 장인의 옹기 인생은 올해로 56년이다. 이제 그의 옆에 딸 방유정 씨와 아들 방유준 씨가 함께하며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옹기 짓고 잿물 발라 굽는 옹기, 정성은 필수
“자, 이제 한 번 만들어 볼까요?” 일흔을 훌쩍 넘긴 장인이 옹기 성형에 나섰다. 점토를 진공 토련기에 넣고 가래떡처럼 둥글게 뽑아내 ‘질재기’를 만들었다. 이 질재기를 세게 쳐서 뭉치자 둥글넓적한 밑뭉치가 됐다. 이걸 방망이로 두드리자 옹기 밑판이 생겼다. 여기에 지름을 재는 ‘정금대’를 대면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정금대만 있으면 똑같은 크기를 수십 개도 더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뒤로 수십 개의 쌍둥이 옹기들이 몸을 말리고 있었다. 작은 막대와 장인의 감각이 만나 생긴 마법 같은 장면이었다. “정성을 가득 들여야 좋은 그릇이 나옵니다. 정성이 부족한 그릇은 티가 나요. 옹기를 만들 때마다 흙과 만들어질 옹기와 대화하는 기분으로 ‘잘 만들어지라’고 속삭입니다. 완성된 옹기를 보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성형을 마친 옹기는 건조 후 잿물을 입히고 다시 말린 뒤 가마에서 굽는다. 나뭇재와 부엽토를 섞어 만든 잿물도 체로 거르고 삭히는 과정에 꼼꼼히 정성을 들인다. 가마에 옹기를 쌓는 것도 불을 조절하는 것도 마음을 덜 쓰는 게 없다. 완성된 옹기가 사랑스러운 건 당연한 일이다.

후손에게 전하고 싶은 고마운 옹기, 체험 학습도 운영
“배운 게 옹기뿐이라 먹고 살려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옹기가 참 고마워요. 아이들 공부 다 시켰고, 이만큼 밥 먹고 살게 된 게 전부 옹기 덕이니까요.” 옹기가 잘나가던 시절, 방춘웅 선생은 새벽 한 시부터 일어나 옹기를 빚었다. 옹기 덕에 김치, 장이 맛 좋다는 소리가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옹기 주문이 뜸하다. 그만큼 우리 전통도 잊힐까 걱정이 앞선다. 이런 우려로 2001년부터 체험 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방춘웅 선생은 “지금 꿈은 자식들이 옹기를 잘 이어가는 것”이라며, “옹기를 잘 만들어서 후손에게 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여 종류의 옹기를 만드는 갈산토기는 2008년 충남도 무형문화재 38-1호로 지정되면서 공예 현장체험 학습장으로 지정됐다.

체험은 족욕과 옹기만들기, 시루떡 만들기를 한다. 학생들은 옹기 점토를 주무르고 쌓고 다듬어서 작품을 만드는 경험을 통해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여는 체험을 한다. 갈산 토기는 연간 8000명 가량이 방문하거나 체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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